박물관 토요강좌9-고려 사람들의 차(茶) 이야기
박물관 토요강좌9
고려 사람들의 차(茶) 이야기
강좌 개요
일시 : 2014. 8. 9(토) 13:00~14:30
장소 : 역사실(전시실 2층)
주제 : 고려 사람들의 차(茶) 이야기
강사 : 김성환 (학예팀장/학예연구관)
수강료 : 무료(홈페이지에서 수강 신청 접수중)
진행 :
차는 “채취할 때 가는 것을 하고, 저장할 때 따뜻하게 하고, 끓일 때 뜨겁게 끓이도록 해야 한다. 가는 것을 채취하지 않으면 쓰고, 따뜻하게 저장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고, 뜨겁게 끓이지 않으면 맛이 없다. 더욱이 깨끗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데, 햇빛을 보여 맛이 달아나게 해서는 안 된다(《임하필기》권35, 〈薜荔新志〉 참조)”고 하고 있습니다. 차의 채취와 저장, 끓이는 전반에 대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차는 어떻게 입수한 것인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 마실 때 장소의 분위기와 그때의 기분, 어느 곳의 찻물인지 등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집니다. 차시茶詩의 내용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지요.
찬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자마자 / 창 앞에서 문득 차를 넣어 끓이노라
목을 축이니 오장五臟의 열을 다스리고 / 뼈에 스미니 뭇 병기病氣가
사라지네 찬 계곡 물은 달빛 아래 떨어지고 / 푸른 구름은 바람 밖을 비켜가
이미 진미의 무궁함을 알았으니 / 다시 내 흐린 눈까지 씻어야겠네
(《목은시고》권26, 시, 〈點茶〉)
1380년(우왕6) 10월 중순 어느 날 저녁, 실무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50대 전반의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이 차를 끓여 마시면서[點茶] 한 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는 시국과 자신의 병에 대해 읊은 시입니다. 이날 그가 마신 차의 맛은 깊은 만족을 주어 어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정세를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처럼 한 편의 시에는 한 잔의 차가 지니는 의미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번 토요강좌에서는 고려시대 사람들의 차 이야기를 마련합니다. 당시의 역사 기록과 주요 인물들의 기록을 통해 차의 생산과 소비, 차의 의미 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려 사람들의 차(茶) 이야기
고려시대에 관官에서는 왕실 등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필요한 차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했던 다방茶房이라는 기구를 운영했습니다. 다방에서는 오례五禮를 중심으로 각종 의례에서 다례茶禮를 주관하였고요. 그리고 이에 대한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전라도·경상도 일대에 그 생산을 전적으로 담당했던 수십여 곳의 다소茶所를 운영했습니다. 여기서 수확된 찻잎은 덖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차로 만들어졌고, 각 지역의 다소에서는 중앙에서 부과된 토공土貢의 양을 상공上供하였다. 다소에서 생산된 차는 중앙은 물론 지방 관청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확보에도 기여했고, 재배와 상품화를 통해 그곳 백성들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차가 가지고 있던 사회경제적인 기능과 의미이지요. 단편적인 자료에 불과하지만, 차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가능성까지 열어주는 다점茶店의 존재는 이런 점에서 분명 주목됩니다.
사찰 역시 차의 주요 생산처이자 소비처였습니다. 즉 선승禪僧의 수행과정에서 차는 매우 중요한 매개였는데, 고려시대 남부지역의 각 사찰에서는 차를 생산하는 다원茶園을 직접 운영하고, 개경 인근의 사찰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다원茶院을 운영했습니다. 고려 차문화에 대한 현재의 논의는 그것이 왕실과 사찰, 그리고 문인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급문화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차문화가 차에 대한 국가의 정책 운용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지요. 요컨대 고려 사람들의 ‘차’ 이야기, 차의 문화사는 다방茶房, 다원茶園, 다원茶院, 다정茶亭, 다점茶店 등을 통해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조선시대의 차문화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독특성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강좌 당일 현장에서 수강을 원하시는 분들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 8월 23일(토)의 강좌 주제는 ‘박물관과 유물2’ 입니다.
문의전화 : 031-288-5351(박물관 학예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