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역사와 미술이 아닌 과학 교육을 한다는 것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전시하
는 아름다운 문화재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을 생각해 본다면, 역사성을 담고 있는 문화재를 과학과 기술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문화재를 이해하는 또 다른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TEAM 교육, 즉 학문간 경계를 허물고 창의적 융합교육을 위한 장소로써 박물관은 최적의 장소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강좌는 박물관에서의 STEAM 교육의 사례로 ‘도자기의 과학’을 주제로 과학의 관점에서 도자기를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박물관에서 도자기를 감상하노라면 고려청자의 은은하고 맑은 푸른색과 유려한 곡선미에 감탄하게 됩니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흰 백자위에 푸른 물감으로 그려놓은 청화백자의 다양한 문양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인화, 박지, 덤벙기법 등으로 장식한 분청사기의 대담한 표현은 현대 추상 미술을 떠올리게 하지요. 이렇듯 우리는 도자기의 형태와 장식기법, 문양의 해석, 제작시기 등 미술사적 관점에서 도자기를 바라보는 데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유심히 도자기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도자기의 표면에서 반짝이는 유약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고려의 비색청자는 어찌 그렇게 푸르고 투명한지, 그리고 백자의 푸른색 안료 장식은 어떤 광물인지 등등 말이죠. 과연 한국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는 어떤 과학적 원리와 기술이 숨어 있을까요?
전시장 유리 너머로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 파편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면서 도자기가 그 시대의 문화와 예술성을 반영하는 역사적 유물임과 동시에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첨단 하이테크 산물이라는 것을 체험해 보고자 합니다.
* 10월 26일(토)의 강좌 주제는 ‘불상(佛像)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입니다.
● 문의전화 : 031-288-5351(박물관 학예팀)